MIT Global Startup Workshop 2026 참가 후기: 클라이원트 조준호 대표의 AI 영업 인사이트
경북대·MIT 공동 주최 MIT GSW 2026 "Selling AI" 패널에서 클라이원트 대표가 나눈 이야기. RFP 220조 시장, 시카고 비행기 일화, AI 스타트업 확장의 현실까지.
3월 26일 대구, 경북대학교 글로벌 플라자에 MIT 로고가 걸렸다.
경북대학교와 MIT가 공동으로 주최한 「MIT Global Startup Workshop 2026」의 첫째 날이었다. 글로컬 사업을 기반으로 지역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을 연결해온 이 행사가 올해는 대구에서 열렸고, 전 세계 스타트업 창업자와 투자자, MIT 재학생들이 경북대 캠퍼스에 모였다.
클라이원트 조준호 대표는 이날 낮 12시 15분, "Selling AI: How Startups Provide AI Solutions for Enterprises" 패널에 올랐다. Clika의 Corbin Foucart와 함께, MIT GSW의 Sarah가 진행을 맡았다.
형광펜과 종이 뭉치에서 시작된 220조 시장
패널 도입부에서 조 대표가 꺼낸 이야기는 화려한 기술 설명이 아니었다.
"15년 동안 저는 제안서를 직접 썼습니다. 한국, 싱가포르, 홍콩, 중국에서 정부와 대기업 입찰에 참여했는데, 매번 방식은 같았어요. 수백 페이지짜리 RFP를 받으면 형광펜을 들고 한 줄씩 읽습니다. 그게 전부였어요."
한국 공공조달 시장 규모는 220조 원, 미국은 1.7조 달러다. 그런데 2025년까지도 이 산업은 종이와 형광펜으로 돌아갔다. "왜 아무도 안 고치지?"라는 생각이 15년 동안 머릿속에 맴돌다가, 결국 직접 만들기로 했다. 그게 클라이원트의 출발점이다.
클라이원트는 RFP를 업로드하면 AI가 목차와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회사의 기존 문서를 학습해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파악한 뒤, 실제 PPT 초안까지 생성하는 서비스다. 조 대표가 패널에서 강조한 개념은 "Win Theme"이었다.
"제안서에서 이기는 방법은 RFP에 적힌 질문에 답하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발주처가 명시하지 않은 숨겨진 니즈를 찾아야 하고, 그 기관이 과거에 어떤 업체와 일했는지 추적해야 합니다. 거기에 우리 회사 강점을 겹쳐서 나오는 교집합이 Win Theme입니다. 그게 실제로 입찰을 따는 방법이에요. 클라이원트는 그 과정 전체를 자동화합니다. 전략부터 최종 PPT까지."
첫 고객을 얻은 두 가지 방법
패널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끌어낸 순간은 미국 첫 고객 이야기였다.

한국에서는 의도적으로 아는 사람을 피했다. 완전한 낯선 사람에게 제품을 검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규모 IT 기업을 찾아가 무작정 보여주기 시작했다. 주 1~2회, 무보수로. 매일 아침 정부 사이트에서 조달 데이터를 직접 모아 대표에게 건네고, 본인의 경험을 살려 제안서를 직접 써주면서 고객 곁에 앉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첨부 파일 전체의 텍스트를 분석해 숨겨진 키워드를 찾아내는 핵심 기능이 나왔다. 컨퍼런스룸 화이트보드가 아니라, 고객 옆에 앉아 있다가 발견한 기능이었다.
미국은 달랐다.
"미국 쪽 고객사가 시간이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다음 주에 시카고에 있을 거라고 했죠. 저는 시카고에 갈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 '아, 잘 됐네요, 저도 시카고에 있을 거예요'라고 했습니다. 그날 바로 비행기를 예약했어요."
"그 고객도 제가 이유 없이 거기 간 걸 알았을 겁니다. 그래도 계약을 했어요. 제품 때문이 아니라, 우리 팀이 계약 하나를 위해 비행기를 타는 팀이라는 걸 봤기 때문이에요. 초기 엔터프라이즈 영업에서 고객이 사는 건 제품이 아닙니다. 우리의 태도를 사는 겁니다."
한국과 미국, 정반대의 고통
시장 확장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서 조 대표는 "정반대의 고통"이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 고객들은 총체적 솔루션을 원했다. 미팅마다 새로운 기능 요청이 쌓였고, 제품은 점점 무거워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미국에 가져갔더니 아무도 쓰지 않았다. 미국 고객이 원한 건 한 가지를 제대로 하는 도구였다. 하지만 그 "한 가지"가 뭔지 찾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
"한국에서는 '너무 많다'가 문제였고, 미국에서는 '충분하지 않다'가 문제였어요. 반대 방향의 고통인데, 둘 다 똑같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시장에 들어갈 때 먼저 입을 닫습니다. 피칭 없이 앉아서 듣습니다. 그 시장의 '한 가지'가 뭔지 찾을 때까지."
AI의 속도 자체가 리스크다

스케일업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뭐냐는 질문에 조 대표는 "경쟁사"나 "시장 교육"을 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AI 자체의 속도입니다. 우리 팀이 직접 만든 말이 있어요. 'Claude Blue'라고요. AI가 너무 빠르게 바뀌어서 심리적으로 쫓기는 느낌, 그게 클로드 블루입니다. 우리는 AI 회사인데도 우리가 그걸 느낍니다."
단기적으로는 특정 모델에 종속된 래퍼 서비스로 남지 않는 것이 과제다. 장기적으로는 "누구나 문서를 읽는 AI를 만들 수 있을 때" 경쟁 우위를 어디서 가져오느냐가 핵심이다. 클라이원트의 답은 2년간 입찰·조달 도메인에 집중해 쌓은 전문성이다. 범용 AI가 하룻밤에 복사할 수 없는 영역이다.
OpenAI 파트너십(2024년) 이후 영업 방식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첫 미팅에서 "저희가 어떤 회사인지 설명해드릴게요"로 시작했다. 지금은 "만든 것을 보여드릴게요"로 시작한다. 신뢰 구축 단계가 사라지고, 곧바로 가치 증명으로 들어간다.
파트너십 의존도에 대해서도 솔직했다. "처음엔 파트너십 70%, 제품 30%였어요. OpenAI 로고가 데모보다 더 많은 걸 팔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압니다. 로고 때문에 계약한 고객은 더 큰 로고가 나타나면 떠납니다. 지금은 비율이 뒤집혔어요. 매출이 매년 2~3배씩 성장하는 게 설득력이 됩니다."
학생들에게 남긴 말
패널이 끝나고 MIT 학생들이 조언을 요청했다.

"예전 창업 교과서엔 '코드 한 줄 쓰기 전에 100명을 만나라'고 나옵니다. 저도 그렇게 했어요. 클라이원트 전에 대표님 100명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AI 시대엔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문제 자체가 덜 명확해지고, 판이 몇 달마다 바뀝니다."
젠슨 황이 최근 AI를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와 비교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저도 어렸을 때 흑백 IBM PC 앞에 앉아서 '이걸로 뭘 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어요. 여러분이 지금 AI 앞에서 딱 그 상황이에요. 그런데 좋은 점은,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겁니다. 아직 아무도 쓰지 않은 답이 남아 있어요. 그 답을 찾는 게 부담이 아니라 특권입니다."
패널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
패널이 끝난 뒤 행사 주최 측을 통해 참석자 피드백이 전달됐다.

Junho (참석자) "Junho talked about the importance of being out there to talk to real people BEFORE even building anything. This was a good reminder to build a problem-first product instead of a solution-first product!"
Corbin Foucart (Clika, 공동 패널리스트) "His encouragement to use AI with excitement rather than fear was something I needed to hear — and probably for the room filled with students!"
두 피드백이 가리키는 방향이 같다. 제품이 먼저가 아니라 문제가 먼저라는 것, 그리고 AI를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접근하라는 것. 조 대표가 무대에서 풀어낸 15년의 이야기가 그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