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E와 정부 조달 혁신 —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가?

DOGE와 정부 조달 혁신 —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가?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을 통해 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그 수장은 빌리어네어이자 누구나 아는 이름, 바로 일론 머스크다.

이번 DOGE 출범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부 운영의 미래를 재설정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머스크가 걸어온 길을 보면,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떻게든 시도하고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정부 운영에 깊숙이 개입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민간 기술 혁신을 공공 부문에 접목하여 정부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이 글에서는 1) 머스크가 DOGE를 통해 어떤 변화를 만들려는지, 2) 미국 공공 조달과 관련하여 어떤 영향이 있을지, 그리고 3) 한국 공공 조달 시스템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DOGE — 정부 시스템을 실리콘밸리 방식으로 혁신한다

DOGE의 출범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다. 정부 시스템 자체를 기술 기반으로 재구축하려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이는 기존의 정부 개혁 논의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변화이며,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의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제3의 길이 될 수도 있다.

과거 실리콘밸리는 정부 규제를 피해가며 성장하는 전략을 취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규제 기관과 마찰이 발생했고, 기업들은 규제 회피 또는 법적 대응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우버는 택시 면허를 취득해야 했지만 "라이드쉐어링"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기존 법률을 적용받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실리콘밸리는 보다 적극적인 전략으로 전환했다.

단순한 규제 회피에서 벗어나, 로비 활동과 정책 제안을 병행하며 정부 시스템을 내부에서 변화시키려는 시도로 발전한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에만 가면 사진을 찍거나 직접 타보는 웨이모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인 웨이모는 상용화를 위해 정부와 협력하여 관련 법규를 제정하고, 안전 기준을 마련하는 데 적극 참여했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실제로 많은 사용자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기회와 이로 인한 기술 발전을 촉진할 수 있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DOGE와 일론 머스크의 정부 혁신 구상이다. 그는 정부 규제를 단순히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시스템 자체를 민간 기술 중심으로 재설계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기존의 비효율적인 관료주의를 제거하고, AI, 데이터 분석, 자동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거버넌스를 혁신하자는 것이다.


2. 스페이스X 국방부 공공 입찰 실패부터 빅테크 어벤져스 컨소시엄까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미국 국방부(DoD) 및 NASA와의 협력 과정에서 공공 조달 시스템의 복잡성과 비효율성을 직접 경험했다. 특히, 군용 위성 발사 계약 입찰에서 스페이스X는 록히드 마틴, 보잉 등 기존 방산업체들에게 유리한 구조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아마도 그 어려움이란 획득해야 할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인증서부터 절차까지, 스페이스X 내부에서는 본 프로젝트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절차들로 인해 "이렇게까지 해서 들어가야 하나?"라는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미국 방부는 오랜 기간 동안 기존 방산업체들과의 고정가격 계약(Fixed-Price Contract)을 선호해 왔다. 이러한 계약 방식은 예산 예측 가능성과 비용 통제를 용이하게 하지만, 스페이스X 같은 혁신적인 기업들에게는 제약으로 작용했다. 머스크는 시장 원리에 따른 탄력적인 가격 책정 방식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관료적이고 경직된 공공 조달 시스템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매일경제 - '빅테크 공룡들, 결국 여기까지 손뻗나'…미국 국방사업 도전장 냈다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팔란티어(Palantir)와 안두릴(Anduril) 등 첨단 기술 기업들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결성되고 있다. 이 컨소시엄은 정말 말 그대로 어벤져스다. 여기에는 오픈AI, 스페이스X 등 총 12개의 기술 기업들이 참여하여 국방부의 공공 조달 시스템을 혁신하고, 기존 방산업체들의 독점적인 구조를 타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자율 드론과 AI 기술을 결합한 혁신적인 방위 솔루션을 제안하며, 8500억 달러(약 1232조 원) 규모의 국방 시장에서 새로운 판도를 형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빅테크 기업들의 협력은 DOGE 산하에서 조달 시스템의 혁신을 촉진하고, 기술 혁신과 공공 부문의 효율성 증대를 동시에 추구하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언제나 부딪히는 반대의 목소리는 효율성 개선이 형평성이나 접근성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3. 한국 공공 조달의 본질적인 문제 — 혁신 기업이 낙찰받지 못하는 현실

대한민국 공공 조달 시장은 200조 원 규모로, 매년 6.4%씩 성장하는 거대한 산업이다. 하지만 시장 구조는 여전히 복잡하고 낙후되어 있어, 혁신적인 기업들이 낙찰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를 세 가지 사례로 살펴보자.

1) 자격증이 실력보다 중요하다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과거에는 공대 졸업자라면 기본적으로 취득하는 자격증이었지만, 지금은 우리 팀원들 중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 문제는 이 자격증이 없으면 기업이 특정 소프트웨어 인증서를 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형 소프트웨어 공공 입찰에서 '기술자 보유 현황'이 중요한 평가 항목이라면, 전통적인 A회사는 정보처리기사를 가진 경력자(개발은 손뗀지 오래된) 10명을 보유해 만점을 받을 것이다. 반면, 세계적인 대회에서 수상한 젊고 유능한 개발자 10명(정보처리기사 없음)은 '초급'으로 분류돼 낮은 점수를 받는다. 결국, 실력과 무관하게 자격증 보유 여부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나라장터의 입찰 공고에는 각종 인증서, 공급물품, 직접 생산 요건이 요구된다. 하지만 대부분 형식적이며, 대부분 특정 협회를 거쳐야만 발급받을 수 있다. 때로는 사업자등록증의 업종을 변경하는 것만으로 인증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기업의 실질적인 역량을 평가할 수 없다.

2) 복수예가 — 한국식 로또 시스템

복수예가는 공공 조달 입찰에서 널리 사용되는 가격 결정 방식이다. 여러 개의 예비 가격을 작성한 후 무작위로 일부를 선택해 최종 예정 가격을 산출하는데, 쉽게 말해 로또와 다름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로또 번호를 맞출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홍보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사탕발림에 속아 돈을 지불하면서 서비스들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로또 명당집에 가면 줄이 길게 서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 제도는 담합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 또 다른 방식의 담합 구조를 만들어냈다. 또한, 실제 시장 가격과 괴리가 생기면서 품질 저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복수예가는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실제 미팅을 다니다 보면, 많은 스타트업들이나 역량 있는 기업들은 그런 운에 기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비예가를 통해 가격 점수를 받고, 기술 점수를 통한 정상적인 입찰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이 대다수고, 우리(클라이원트) 서비스 역시 비예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국방부의 고정가격 하나만으로도 머스크가 난리를 치는데, 복수예가가 한국에서 공공연하게 활용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 역시 혁신해야 할 대상으로 봤을 것이다.

DAU 10도 안 나오는 특정 지역의 앱을 80억 들여 만들었다 / 국제망신을 당한 잼버리 역시 입찰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3) 문제의 본질은 문제가 뭔지 모른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공공 조달이라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이 되는 건데,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 공공 조달이다. 물론 많은 수요 기관들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 내가 과거에 함께 일했던 남원시 같은 경우는 스마트 관광도시 사업을 통해서 실제로 남원시의 부흥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셨던 남원이 고향이신 주무관님, 계장님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관계가 깊은 기업에게 밀어준다든지, 담합하여 국책 사업을 수주한다든지…

우리는 아직도 말로만 "이 바닥은 원래 그래", "어쩔 수 없잖아.", "남들도 하니까 나도 한다." 이런 정신 상태로는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이 외에도 사실 할 말은 너무 많다. 5년간 955억이나 들여서 만든 차세대 나라장터의 수많은 문제점과 개선 방향성. 최근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에서 밝혀진 제안요청서의 둔덕에 관한 스펙 요구사항 RFP 검증 실패 등… 우리는 아직 개선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지만, 무엇부터 개선해야 할지를 모른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이 모든 걸 담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다. 왜냐면 어제도 오늘도 미국에서는 너무나 다이나믹한 DOGE(정부의 효율성)과 관련된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 추락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잘못된 입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트럼프 (https://www.youtube.com/watch?v=Hegkk81FGT8)

당장 어제, 트럼프 대통령은 여객기 충돌의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잘못된 입찰로 인해 적절치 않은 회사들과 계약을 맺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하지만, 대통령의 이런 발언 하나가 정부의 공공 조달 산업에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자주 보는 테크 뉴스 사이트인 Techcrunch에서 또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왔다.

일론 머스크와 그의 팀이 미 정부 핵심 기관(재무부, OPM, GSA 등)을 장악하며 연방 지출 시스템과 공무원 데이터에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정부 지출을 검토하는 자문 역할이었던 DOGE가 실제 정부 조직으로 바뀌었고, 머스크는 백악관 깊숙한 곳에서 직접 활동 중이다.
분명 연방 정부 시스템은 혼란에 빠지겠지만, 머스크가 지난 과거에 보여준 행적을 살펴보면 정부의 효율성 측면에서 많은 부분들이 바뀌고 변화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의 효율성을 내세운 DOGE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 정부의 혁신을 앞세워 다시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이 될 수도 있겠지만, 공정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피해를 보는 이해관계자들이 생길 것이고,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해 온 제도들이 불합리하게 짓밟힐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는 기업가에서 혁명가로, 어쩌면 악당으로도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시도하는 변화는 실리콘밸리와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따르는 'Move fast and break things' 정신과 맞닿아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미국조차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데, 우리는 제자리걸음도 아닌 후퇴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으로 하나가 되었던 나라, 2002년 온 국민이 광화문에 모여 대한민국을 외쳤던 나라. 우리는 위기에 강한 국민이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나라다. 정부의 효율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DOGE는 결국 우리의 이야기다.”

참고 문헌: 서적 — 일론 머스크의 DOGE, CLIWANT 블로그, 유튜브, Techcrunch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