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개발을 시작해 쿠버네티스까지 운영하게 된 이유 (CTO 블로그)

다시 개발을 시작해 쿠버네티스까지 운영하게 된 이유 (CTO 블로그)

(기술 블로그를 쓰려 했는데, 마음이 쏟아져 버렸다.)

창업의 도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도전한 지 어느새 2년 반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2년 반 정도 다녔었는데, 어느덧 그만큼의 시간 동안 창업을 이어오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잠시 멈추고 PM으로 전향한 후, 저는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만들어야 해서 만드는 것이 아닌,

"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내가 만드는 것이 어떤 임팩트를 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본질을 파헤쳤습니다. 만드는 것 자체보다 그 문제를 집요하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몰두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아무 아이템 없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개발자들이 겪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취업에서의 어려움, 실력을 키우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면서 도무지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씨름한 끝에 결국 해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단순한 실력을 넘어 개발자로서 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높은 벽이 있다면 시도조차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바로,

"개발자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창업을 해보자!"

이 생각을 바탕으로 혼자 강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개발자 취준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유익한 콘텐츠를 제작했고, 영상 끝에 강의를 홍보하며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판매했던 사진 앨범 만들기 프로젝트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 계기

2023년 초, 앤틀러라는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2기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아이디어가 좋다면 최대 1.5억 원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당시 저는 이미 매출을 올리고 있었고, 당연히 제 아이디어로 투자를 받을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웬걸요. 제 세계관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아이템이 풀고자 하는 문제는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는 이미 수많은 경쟁자가 존재했고, 제가 아무리 잘해도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유니콘 기업의 꿈을 꾸며 투자합니다.

하지만 제 아이템은 그런 기대치를 충족하기엔 시장 크기에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교육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제 아이디어는 시장의 기대치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이미 시장은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디어 스프린트 과정에서 제 꿈이 완전히 부서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들의 논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돌아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입찰이 뭔데?

앤틀러에서 파트너 한 분과 팀을 이루어 자동 기획안 작성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지만, 결국 투자 심사에서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지금의 창업 멤버인 준호님과 승도님을 만났습니다.

앤틀러에서 만난 준호님은 입찰 업계에서 14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셨습니다. 준호님은 입찰 업계를 혁신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로 도전했지만, 팀 내부 문제가 발생해 앤틀러 측에서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솔직히 그 당시 저는 입찰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다만, 150페이지가 넘는 RFP라는 두꺼운 문서를 보고 사람들은 여전히 이를 프린트해서 펜과 하이라이터로 밑줄을 그으며 작업한다고 했습니다.

21세기에 이런 일이 말이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업계의 보수적인 특성과 변화를 꺼리는 태도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확신했습니다. 이 작업을 보기 편하게만 만들어준다면,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비록 투자는 받지 못했지만, 이 아이디어에 한 번 더 믿음을 걸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산업이었지만, 이 시장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좌우하는 시장 규모 측면에서, 입찰 시장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RFP는 대부분 텍스트 기반 문서이고, 2023년 초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던 GPT(LLM) 기술은 텍스트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데 탁월했습니다. RFP와 GPT는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습니다.

게다가 RFP를 분석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RFP를 생성하고, 입찰 참여를 위한 제안서를 만드는 작업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한 일이었습니다.

반복적으로 이 작업을 해야 하는 입찰 업체들에게
이는 말 그대로 ‘엄청난’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어마어마한 시장과 엄청난 기술이 만나는 역사의 필연적인 흐름 속에 서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기회를 창조하신 분은 하나님이 아니고선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생명 안에 붙어 있으면, 각자만을 위해 예비된 하나님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사실에 모두가 눈을 뜨길 간절히 바랍니다.

내가 필요한 곳으로

거의 2년 넘게 개발에서 손을 떼고 있었지만, 다시 기술자로서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어마어마한 데이터와 복잡한 기술을 다뤄야 하는 이 시장에서, 저는 이전 회사에서 빅데이터와 백엔드를 다루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CTO로서 직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너무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훌륭한 10명의 멤버들과 이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500만 건이 넘는 문서를 실시간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이터베이스 엔진을 개발해 보고, 1,000만 개 이상의 계약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통계를 내기 위해 GCP의 BigQuery를 활용해 보기도 했습니다. LLM을 이용해 계약서의 리스크를 분석해 보기도 했죠. 정말 험난했던 여정이었습니다.

사업은 성장했지만, 그만큼 클라우드 비용도 만만치 않게 증가해 이제는 꽤나 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기술적으로 이 정도를 다룰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하지만 그저 눈앞에 놓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니,
어느새 이런 시스템이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모듈도 많아져서 더 이상 SSH로 들어가 crontab으로 관리하기는 어렵고, 주니어 개발자분들도 배포를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쿠버네티스(Kubernetes)를 도입했습니다. 예전에 스타트업에 다닐 때, 저보다 몇 배는 뛰어났던 CTO님 밑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것을 바탕으로 꾸역꾸역 물고 늘어졌더니 결국 만들어지더군요.

물론 아직도 실력자들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일지 모르지만, 돌아가는 쿠버네티스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AWS 기술자분께 혼나기도 했습니다. "배치 잡이랑 디플로이먼트는 GUI로 관리하지 말고 YAML로 관리하라." "Load Balancer는 고정 IP로 쓰라고 만든 게 아니다." "VPC 세팅을 제대로 안 하면 해킹당할 수 있다."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서도, 적어도 (잘) 돌아가고 있다는 점!

쿠버네티스… 잘한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돌아간다.그리고… 주니어한테 코딩 컨벤션 안 지킨다고 혼난 건 안 비밀. 😂

기술 부채는 쌓이고 있지만, 뭐…

갚아야 할 빚이라도 있다는 게 행복한 거 아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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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원트에 첫 퇴사자가 나왔습니다. 그것도 합류한 지 단 2주 만에요. 사람은 오고 가는 법입니다. 친구 관계도 그러할진대, 회사는 더 말할 나위 없겠죠. 하지만 10명 남짓한 작은 팀에서 한 사람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어떻게든 수습하려 했지만, 사무실에 스며든 냉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조직은 3명, 10명 단위로 변화가 찾아온다죠. 저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