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클라이원트, 오픈AI 방문기와 입찰 시장의 혁신

[조선일보] 클라이원트, 오픈AI 방문기와 입찰 시장의 혁신

[쫌아는기자들] 클라이원트, 오픈AI 방문기와 입찰 시장의 혁신


올해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픈AI에서 작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K스타트업·오픈AI 매칭 데이’ 행사에서는 국내 스타트업 14곳이 오픈AI 실무진 앞에서 자사 사업을 소개하고, 멘토링을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샌디 쿤바타나간 오픈AI 아시아태평양 정책 담당, 미국 최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 출신 투자 전문가 토마스 킬머 등 오픈AI 실세들이 심사를 맡았고, 샘 올트먼이 직접 이들을 찾아 Q&A 세션을 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지난 3월 오픈AI에서 열린 ‘K스타트업·오픈AI 매칭 데이’ 행사. 답변을 하고 있는 올트먼 CEO. /중소벤처기업부

이날 참석한 실리콘밸리 특파원들의 후문을 종합하면, 가장 주목을 받은 한국 스타트업은 클라이원트였습니다. 팀원 10명이 안 되는 정말 초기 스타트업. 그것도 딱딱하면서도 심심하다고 생각할 공공 입찰 데이터와 공문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었죠. 심사위원들이 “정확한 연간 반복 매출이 얼마인가”, “고객은 어떻게 확보하는가” 등의 질문을 했고, 세 곳의 스타트업에게 주는 ‘범용인공지능 잠재력상(Most AGI Potential Award)’을 수상했습니다. 오픈AI로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은 셈이죠.

한국에 돌아온 클라이원트의 창업자, 조준호 대표를 만났습니다. 40대 늦깍이 창업이고, 시작부터 서비스 유료화를 했습니다. 오픈AI 임원과 올트먼의 관심을 끈 입찰 시장에 남은 혁신의 이야기입니다. 기사의 마지막. 조언을 구하는 한 스타트업의 질문에 올트먼의 뼈를 때리는 답변이 있습니다.

오픈AI 본사 ‘1960 빌딩’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창업자 조준호 대표. /클라이원트 제공

1. 수백 페이지 입찰 자료가 하루 2~3000건 쏟아지는 시장

-클라이원트가 입찰 시장에서 푸려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지금 입찰 시장에 어떤 비효율이 있나요?

”공공 입찰 시장의 비효율성을 AI로 해결하겠다는 것. 클라이원트 AI 다루는 대상은 제안요청서, RFP라고도 하는데요. 비즈니스 타깃은 공공 입찰 시장이고요. 이 입찰에 따르는 서류가 RFP입니다. 사전적으로, 제품이나 용역의 발주자가 특정 과제의 수행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제시한 서류인데요.

문제는 기업들이 이 많은 RFP 를 읽고, 자기 회사가 할 수 있고, 따낼 수 있는 입찰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거예요. 공공 입찰은 한국 시장만 해도 연간 200조 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1년에 약 44만 건의 제안요청서(RFP)가 나오니까 하루에 2-3000건 정도의 입찰이 일어나는 셈이죠. 모든 RFP를 일일이 다운로드 받아 검토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양이 방대하거든요. 하지만 AI는 이 과정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제가 10여 년간 입찰 시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메인 지식을 프로그램화했고, 여기에 AI를 결합했죠. AI가 RFP의 문맥을 이해하고 정확한 정보를 추출해내죠.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파일을 일일이 다운로드 받지 않아도 되고, 클라이원트 AI가 그 회사의 역량과 일치하고 수주 확률이 높은 입찰 정보를 매칭해줍니다. 이렇게 하면 기업들이 시간과 노력을 크게 절약할 수 있고, 더 효율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요.”

-고객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RFP 제안까지, 그러니까 입찰 서류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것일텐데요. 아직 그 수준엔 도달하지 못했군요.

”네, 현재 저희는 RFP 분석까지만 해주고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제안서 생성까지 하는 것이 목표지만요. 지금까지 약 500만 건의 분석된 데이터가 쌓였거든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제안요청서를 직접 만들 수 있게 될 겁니다.

공공 입찰 제안서는 보통 100페이지가 넘는 경우가 많습니요. 예전에는 200페이지도 흔했죠. 최근에 조달청에서 페이지 수를 줄이라고 해서 100페이지 미만으로 많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수십에서 수백 페이지에 달해요.  이런 긴 문서들이 매일 수천 건씩 나오는데, 기업 실무자들이 이걸 다 꼼꼼히 읽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요. 대표들도 할 일이 많아서 직접 다 볼 수가 없고, 직원들도 이 방대한 양을 꼼꼼하게 전부 챙겨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중요한 입찰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경쟁에서 떨어지는 건 괜찮지만, 아예 모르고 놓친 건 정말 화가 나는 일이죠. 결국 방대한 RFP 문서를 빠르게 읽고 분석하는 데에 따라 입찰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AI 분석 서비스부터 시작하려는 겁니다. 모든 RFP를 빠짐없이, 정확하게 분석해서 기업들이 입찰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거죠.”

-방대한 서류 더미 속에서 AI가 핵심만 요약해주겠다? 공공 입찰의 핵심은 싼 가격 아닙니까. 이른바 가성비. 그 이상의 복잡한 기준이 있나요?

”공공 입찰에서는 단순히 가격만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에요. 물품 구매의 경우는 가격이 중요하지만, 용역 사업의 경우는 가격 점수와 기술 점수를 모두 고려해요.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 같은 용역 사업에서는 RFP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충족시키는 게 중요해요. 요구사항을 하나라도 빼먹거나 의도와 다르게 제안서를 작성하면 감점이 되죠.

구체적인 기술 스펙이 나열되어 있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기능의 백엔드 인프라를 설계해서 제안해라’처럼 포괄적인 요구사항이 있기도 해요. 참가 자격 조건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인공지능 관련 실적이 1억 이상인 업체’여야 한다든지, 특정 인증서를 보유해야 한다든지 하는 조건들이 있어요.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제안서를 써도 탈락하게 되죠. 그래서 RFP를 꼼꼼히 분석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클라이원트 제품 스크린샷. /클라이원트 제공

2. “시간과 기술이 부족한 곳에 남은 것은 결국 사람의 감”

-RFP를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요?”최소 2~3주입니다.”

-회사의 수억~수십억원 매출이 걸린 문서 100장을 읽는데 2~3주가 걸린다고요? 그렇게 걸리면 그 회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단순히 문서를 읽고 정리하는 것은 사흘이면 충분합니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닙니다. 입찰 준비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예를 들어, 입찰 참가 자격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 파트너사들과 연락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제안을 받은 파트너사도 RFP를 보고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인지 판단을 해야죠. 이런 ‘발품 파는’ 작업들이 또 수일을 까먹습니다. 제출 서류 준비도 시간이 많이 걸려요. 특급 기술자, 중급 기술자 등 프로젝트에 참여할 인력의 프로필을 모으고 경력 기술서를 작성하는 일도 필요하죠.

무엇보다 시간. 입찰 공고가 나온 후 마감까지의 기간은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다른데, 작은 프로젝트는 1-2주, 큰 프로젝트는 한 달 정도 주어져요. 규모가 크고 중요한 입찰이라고 판단되면, 공고가 나오자마자 바로 분석을 시작해서 제안서 작성까지 쭉 이어지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시간이 부족한 입찰 시장에서 참여 기업들은 어떤 기준으로 현재 입찰에 참여하고 있나요.

”시간이 부족하고, 분석이 부족한 곳에선 결국 사람의 ‘감’만 남습니다. 팀장 혹은 대표의 감으로 결정해요. 예를 들어 “이 프로젝트는 1억 정도 나올 것 같아, 한번 해보자” 이런 식으로요. 이렇게 경험에만 의존해서 결정하다 보니 실수도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클라이원트 솔루션을 켜고, RFP를 분석 요청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 사용자 입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는요?”가장 먼저, 참가 자격 조건 자동 매칭입니다. 회사의 조건과 입찰 요구사항을 자동으로 매칭해줘요. 우리 회사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파트너사와 협력하면 되는지도 알려줍니다. 둘째는 전반적인 입찰 사업 내용을 요약해서 보여줍니다. 셋째는 경쟁사 분석이죠. 잠재적 경쟁사들의 예상 입찰 가격과 전략을 분석해줍니다. 공공입찰은 모든 데이터가 공개되어 있거든요. 다른 경쟁사들이 과거 비슷한 사업에 몇 건 입찰했고, 대략적인 금액은 어느 정도로 입찰했는지를 알 수 있죠. 경쟁사와 파트너사의 활동을 모니터링 할 수도 있죠. 넷째, 리스크 분석도 해줍니다. 이번 입찰이 독점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분야인지, 계약 조건에 문제가 있거나 지나치게 불리한지 등 잠재적 리스크까지 어드바이스 해주는 기능이 포함됐습니다.”

3. 10년 이상 입찰 시장 사업 개발의 경험에서 시작

-공공입찰의 데이터는 과거부터 전부 오픈되어 있었습니다. 이걸 가져와 DB화 하고, 비즈니스로 삼을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요. 다른 회사들의 솔루션은 없나요?

”물론 있습니다. 공공입찰 데이터를 가져와 DB화 하고, 보다 나은 UI/UX로 보여주는 웹사이트와 서비스는 있었죠. 하지만 DB를 구축하는 것과 구체적인 RFP를 분석하는 것. 나아가 파트너를 매칭해주고 경쟁 상황을 알려주는 구체적인 서비스를 하는 것은 다릅니다. 기존 서비스들은 ‘자료를 모아뒀으니 인사이트를 알아서 뽑아가라’고 저희는 ‘바쁘시죠? 인사이트까지 드립니다’인 것이죠. 큰 차이가 있습니다.”

-창업 반년이 됐습니다. 현재 고객사 수는요?

”40군데가 조금 넘습니다.”

-서비스 시작부터 유료화했습니다.

”사용 업체마다 50만원이 과금되는 모델입니다. 첫 시작은 네 명이서 했으니, 초기에도 B.E.P가 계속 넘었죠.”

-창업 전 무슨 일을 하셨길래, 입찰 시장의 페인포인트를 캐치해냈나요?

”IT 솔루션 회사였습니다. 14년을 근무했는데, 대부분을 공공, 민간 입찰로 사업을 했던 회사였고요. 제가 그 회사에서 사업 개발을 담당했습니다. 해외로도 민간 입찰을 받으러 많이 갔습니다. B2B 회사였는데, 큰 쇼핑몰에 보면 안내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있잖아요? 그걸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국내 대표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있는 솔루션 대부분을 납품한 곳이죠.”

-해외 입찰 시장도 마땅한 소프트웨어, 툴이 없는 것은 똑같은 사정인가보죠?

”싱가포르, 홍콩, 중국 등에서 백화점이나 공항 같은 곳에 솔루션을 납품했죠. 그런데 14년 전부터 지금까지 하는 일이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여전히 RFP를 받아서 분석하고, 팀원들이 제대로 못하면 직접 다시 보고 있어요. 민간 입찰도 공공 입찰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구식 방식을 사용하고 있죠. 프로젝트 관리 툴도 마땅한 게 없어서 한국도, 해외도 엑셀이 핵심 툴입니다. 그래서 ‘어떤 기술이라도 이 프로세스를 단축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창업을 벼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GPT가 나왔죠. 이거다 싶었습니다. GPT라면 RFP를 분석할 수 있을테니까요.”

-사업개발, 영업에는 능통하겠지만, AI 개발과는 거리가 상당한데요. 코파운더를 찾는 것도 어려웠을텐데요.

”앤틀러 2기로 들어갔습니다. 40대다보니 주변 친구들에게 ‘창업하자’고 했더니 다들 ‘이제 가정이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하더군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들어가 적극적으로 코파운더를 찾았고, 초기 멤버 넷이 모였습니다. 다 같이 개발한 결과물이 지금의 프로그램입니다.”

-공공입찰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한국 밖에 글로벌에서도 통할 수 있나요?

”한국만 해도 200조 원이고, 일본은 770조 원, 미국은 900조 원이에요. 작은 나라인 싱가포르도 60조 원 정도 됩니다. 그리고 전자 입찰 시스템. 이것도 한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했고, 해외 대부분 비슷한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있어서 해외 진출에 허들이 낮은 편입니다. 싱가포르,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요. 공공시장 밖, 민간 입찰 시장의 페인포인트도 똑같습니다. 언어만 다를 뿐, 많은 서류와 요구 조건, 촉박한 시간 등의 문제는 똑같아요.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한 상황이고, 글로벌 잠재력이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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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파인튜닝이 아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더 나은 이유는

-해외도 비슷한 상황이면, 이 문제를 풀려는 스타트업이 분명 있었을텐데요.

-GPT 프롬프트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어 RFP를 분석하는데도 GPT가 성능이 제일 좋았나요.

-그렇다면 클라이원트는 GPT를 파인튜닝한 것입니까?

-튜닝이 아니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 독자적인 튜닝 AI를 보유한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프롬프트를 넣는 방식. 반대로 생각하면 기술 해자가 낮은 것 아닌가요.

5. 오픈AI가 RFP에 보인 반응, 그리고 올트먼의 등장과 긴장한 분위기

-지난 3월 오픈AI 본사로 건너가 ‘K스타트업·오픈AI 매칭 데이’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14곳이 참여했고, 쟁쟁한 곳이 많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최종 3개 팀. ‘잠재력상’을 받고 오픈AI와 협업 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오픈AI는 팀원 넷 뿐인 클라이원트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나요.

-그렇다면 오픈AI 임원진들에게도 RFP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220개 업체가 이번 행사에 지원했고, 총 14팀이 오픈AI에 갔습니다. 피칭 분위기는 어땠나요.

-우리 모두가 궁금한 그 분, 샘 올트먼의 발표에 대한 반응은요.

-올트먼의 등장과 함께 임원들도 긴장했다고요? 수평적인 조직일 것 같았는데요.

6. 스타트업 질문에 올트먼의 답변 ‘Figure it out yourself.’

-등장과 동시에 질문을 받는 올트먼이라. 직설 화법이군요. 어떤 질문과 답이 오갔습니까. 인상적인 올트먼의 이야기는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올트먼 행사 때 스타트업 대표들이 전부 자기 회사 소개를 하는 등 유치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또 다른 질문은요? GPT에 대한 힌트도 줬나요.

-오픈AI 임원들이 클라이원트에게 준 힌트는요?

-오픈AI에서 일종의 힌트를 준 셈이군요. 맞춤형 AI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그런데 이렇게 프롬프트로 쓸 경우 토큰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문제인데요.

-최적의 프롬프트를 찾았다고 가정하고, 그 다음 단계 확장의 수순은요.


*언론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smb-venture/2024/07/26/2HXXPMOTXZAONBMWILVFPDIA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