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텀] 클라이원트, 싱가포르 진출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서브웨이 샌드위치로 버틴 세 달, 싱가포르를 얻다
때로는 일상의 작은 디테일이 큰 성공의 순간을 더 생생하게 만든다. 2010년, 싱가포르 창이공항 터미널 1 옆 서브웨이에서 매일 같은 메뉴를 먹던 한 청년이 있었다. 설치 작업을 위해 세 달 동안 그곳에 머물러야 했다. 매일 같은 샌드위치를 먹는 일은 지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것.
지금은 스타트업 대표가 된 조준호의 싱가포르 이야기는 그보다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대기업과 함께 첫 출장을 갔을 때, 그는 작은 중소기업의 직원이었다. 세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호텔방에서 간이침대를 놓고 잤다. 대표와 부사장, 그리고 그. 출장비를 아끼기 위한 선택이었다. 지금도 그는 그때를 ‘헝그리 정신’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종종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시작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조준호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대기업과의 미팅은 하루에 고작 두 시간. 4박 5일의 일정 중 실제 업무 시간은 6시간에 불과했다.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그의 말에는 절박함이 묻어있었다. 남는 시간마다 현지 업체들을 수소문했다. 아무도 모르는 중소기업의 직원이,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그의 영어는 서툴렀다. 발표 스크립트를 아내에게 배워 외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무언가가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진정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그의 말처럼, 보통 기업들이 PPT 발표로 끝내는 자리에서 그는 실제 작동하는 제품을 들고 갔다. 한국에서 모든 것을 개발하고, 하드웨어를 패키징해서 가져간 것이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소셜 트리’ 프로젝트는 그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러나 성공은 결코 쉽게 오지 않았다. 은행 보증이 필요하다는 계약 조항을 미처 확인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고, 현지 법인이 없는 상태에서의 계약은 많은 위험을 동반했다. “백투백이 공정한 게 아니에요”라는 그의 말은, 해외 진출을 꿈꾸는 모든 기업들에게 중요한 교훈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창이공항에서 세 달을 살다시피 했다. 매일 같은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설치 작업을 완성해갔다. 완공 다음 날, 비행기에서 받은 신문에서 자신이 만든 소셜 트리를 보았을 때의 감동을 그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 성공은 더 큰 기회의 문을 열었다. 싱가포르 최고의 재벌기업 중 하나인 파이스트 오가니제이션과의 계약이 그것이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날아가 발표를 했고, 현지 법인도 없는 상태였다. 나중에 부사장이 “왜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중소기업에 기회를 줬는지 아느냐”고 물었을 때, 답은 간단했다. “너 때문이었다.” 열정은 때로 모든 장벽을 뛰어넘는다.
그의 전략은 ‘탑다운’ 접근법이었다. 창이공항이라는 최고의 레퍼런스를 확보한 후, 다른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오기 시작했다. 캐피탈랜드와의 인연도 이렇게 시작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그의 실행력이었다. “고객과의 관계는 영업에서 나오지 않고, 이행에서 나와요.” 이 말은 단순한 영업 전략이 아니라,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성과는 숫자로 증명되었다. 싱가포르에서의 연간 유지보수 매출만 10억 원. 이는 한국 매출의 두 배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차이가 비즈니스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이 “문제 생기면 부를게”라는 식의 건바이건 계약을 선호했다면, 싱가포르는 철저했다. 계약금액의 10%에서 시작해 매년 상승하는 유지보수 비용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했다.
중국 진출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왔다. 캐피탈랜드가 그를 “강제로” 중국으로 이끌었다. 상해, 청두, 충칭으로 이어지는 진출은 30억 원의 매출로 이어졌다. 정치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싱가포르와의 계약을 선호했고, 이는 오히려 그에게 기회가 되었다.
2023년 9월 7일,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더 큰 꿈을 위해 창업을 결심한 것이다. “지금 하는 비즈니스 모델로는 10년 동안 한 국가의 점유율 1위를 했다 해도 내 꿈인 세계 정복은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의 말에는 더 큰 무엇인가를 향한 갈망이 묻어있었다.
RFP(제안요청서) 분석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그는 팀원들에게 약속했다. “올해 무조건 투자받고 내년에 글로벌로 가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약속을 무모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너무 빠르다”며 우려했다. 설립 1년도 안 된 회사의 해외 진출이 성급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반문은 의미심장했다. “언제가 맞는 건가요?” 우리는 종종 ‘적절한 시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 완벽한 순간이란 것이 과연 존재할까? 그의 행보는 그 답을 보여주는 듯했다. 오픈AI에서 선정한 한국의 3개 스타트업 중 하나가 되었고, KB스타터스의 선발로 싱가포르 사무실을 확보했다. 구글 AI 아카데미가 선정한 23개 AI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렸고, 프리 시리즈 A에서 20억 원의 투자 유치까지 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다시 창이공항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POC RFP 생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0년 전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꿈꾸었던 그 장소에서, 이제는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포춘 100대 기업에 속하는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과 계약을 맺고 입찰 분석 솔루션을 엔터프라이즈 레벨로 진행하고 있다.
2024년 11월 18일, 그의 회사는 싱가포르와 미국에 동시 진출한다. 해외 진출에 대한 그의 철학은 명확하다. “C레벨이 직접 나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C레벨처럼 일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야 하죠.” 이는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이다. 실제로 싱가포르에는 10년간 함께 일했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미국에는 초기 파운딩 멤버를 배치했다.
지금도 그는 가끔 싱가포르 창이공항 터미널 1 옆 서브웨이를 지난다고 한다. 매일 같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꿈꾸었던 그 시절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세계의 모든 프로젝트를 우리 플랫폼에 모으고, 수요 기관과 공급 기업을 연결하는 것.” 이것이 그가 꿈꾸는 세계 정복의 모습이다. 어쩌면 성공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화려한 순간보다는, 묵묵히 버티는 일상의 끈기가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그 끈기 위에 새로운 도전을 쌓아올리는 용기. 조준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그것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