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시장과의 라운드테이블: 클라이원트가 Google 주선 자리에 초대된 날

Google for Startups가 주선한 샌프란시스코 시장과의 라운드테이블에 한국 스타트업 네 곳이 초대됐다. 무대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컨퍼런스 가지 말고 카페에 가라"는 한마디였다.

샌프란시스코 시장과의 라운드테이블: 클라이원트가 Google 주선 자리에 초대된 날

어제(4월 22일), 클라이원트가 Google for Startups의 주선으로 마련된 샌프란시스코 시장과의 라운드테이블에 초대됐다. 한국에서는 단 네 곳의 스타트업만 초청된 자리였다. AI 기반 메타 패션 검색 Realry, 슬립테크 기반 멘탈 헬스 Munice, AI 기반 시니어 케어 Caredoc, 그리고 AI 입찰 스타트업 클라이원트(Cliwant). 모두 Google for Startups의 AI Academy·Women Founders Academy·Growth Academy 등 프로그램을 거친 팀들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시장 Daniel Lurie와의 라운드테이블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인사이트가 몇 가지 있었다. 특히 시장 일행으로 함께 방문한 창업가이자 VC 한 분이 남긴 한마디는, 그날의 공식 아젠다보다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왜 클라이원트가 초대되었는가

솔직히 이런 자리에 왜 우리가 초대됐을까 싶었다. 공식 브리핑은 따로 없었지만, 돌이켜보며 이유를 추측해보면 두 가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나는 클라이원트가 한국 공공 조달 시장에서 시작해 미국 연방 조달 시장까지 넘어온 드문 사례라는 점. 다른 하나는 Google AI Academy 소속으로 Google 생태계 안에서 함께 성장해온 팀이라는 점. 어쩌면 샌프란시스코 시장 입장에서는 우리가 한국과 미국의 공공 시스템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본 것이 아닐까 싶다.

모더레이터는 세션 초반에 이렇게 소개했다. "샌프란시스코는 AI 개발의 수도이고, 한국은 AI 구현의 가장 앞선 테스트베드다. 오늘 이 자리는 두 생태계를 잇는 첫 번째 대화다." 클라이원트가 던진 메시지도 이 연결선 위에 있었다. 한국의 전자정부 인프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AI 입찰 자동화 기술이, 지금은 미국 연방 조달 시장에서 실제 고객을 확보하며 검증되고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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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꺼낸 질문, 정부 지원과 속도

Mayor Lurie가 창업자들에게 던진 질문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정부의 하향식 지원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결국 민간의 속도가 차이를 만드는가"였다. 한국은 중기부 등 정부 주도의 스타트업 지원이 두터운 생태계로 알려져 있고, 샌프란시스코 시장 입장에서는 그 중에서 어느 부분이 "실제로 효과 있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네 명의 창업자 답변은 톤이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정부 지원의 가치는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것"에 있고, 일정 구간을 지나면 결국 시장과 속도가 전부라는 것. 하향식 지원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정해주지는 않지만, "시도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주는 역할은 분명하다. 클라이원트 입장에서도 초기 Google AI Academy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 속도로 미국 시장 진출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날의 진짜 인사이트는 "Cafe!"에서 나왔다

공식 세션이 끝난 뒤 짧은 대화 시간이 주어졌다. 시장 일행 중 한 분, 본인 역시 창업가이자 VC였던 그는 한국에 오기 전 홍콩에서 열린 대형 AI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왔다고 했다. 대화가 자연스럽게 "어떤 컨퍼런스가 지금 가장 인사이트풀한가"라는 주제로 이어졌다. 그의 답변은 의외였다.

컨퍼런스 따위 가지 마세요. 격변하는 지금 이 시대에, 거기 오가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뒤떨어져 있습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컨퍼런스를 수없이 돌아다녔고, 본인 회사도 컨퍼런스에 연사로 설 정도의 위치다. 그런 사람이 "컨퍼런스 가지 말라"고 말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의 답은 명확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실리콘밸리 한 곳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지역이 각자 고유한 인재 풀과 주제를 가지고 있고, 그 지역 커피숍이나 펍에 들어가 아무나 붙잡고 이야기해도 컨퍼런스 무대에서 떠드는 사람보다 훨씬 밀도 높은 인사이트를 들려준다는 것. "관계가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창업가들에게, 그는 관계는 불평의 대상이 아니라 만드는 대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카페. 거기에 모든 현장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도 틈만 나면 카페나 펍에 가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대화합니다. 그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이 말이 생각보다 깊이 남았다. 우리는 "관계가 부족해서 기회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데 그의 관점에서 보면 관계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카페에서, 펍에서, 공항 라운지에서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걸며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컨퍼런스 티켓 한 장은 그 관계의 밀도를 만들어주지 못한다.

무엇을 가져왔고,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

라운드테이블은 45분이었지만, 세 가지가 분명해졌다. 첫째,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나가는 방식은 이미 "언젠가의 과제"가 아니라 "지금의 현실"이 됐다. 둘째, 도시 차원에서 창업 생태계를 움직이려는 샌프란시스코의 시도는 한국 생태계에 적지 않은 참고가 된다. 셋째, 진짜 인사이트는 무대가 아니라 그 옆 복도, 그리고 행사 끝난 뒤 카페에서 만들어진다.

클라이원트는 앞으로도 미국 연방 조달 시장에서의 확장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한국과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한다. 오늘 Mayor Lurie와의 대화는 그 여정의 작은 이정표였다.

다음 주 어느 카페에 먼저 가야 할지 고민해보게 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