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원트 글로벌을 멈추는 결정 솔직한 회사 이야기
올 1월부터 AI by default를 외치며 달렸다. 개인의 생산성은 올랐는데 조직은 제자리였다. AX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AI 시식 전날 밤에야 진짜 원인을 찾았다.
1. 문제의식
"왜 우리 회사의 생산성이 기대만큼 나오질 않지?"

최근 몇 주간 내 안에서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위기감이 있었다.
올 1월부터 AI by default란 슬로건을 걸면서 모든 작업을 의식적으로 AI를 사용하기로 결정했고, 매주 3시간씩 모든 일을 멈추고 전사가 'AI시식'이란 시간을 따로 빼면서 누구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개인의 생산성은 올라갔지만 조직의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체감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결국 도구 도입 다음 단계인 조직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어 지난주 주간회의(화)때 전 직원을 모아놓고, 금주 AI 시식(목) 시간에는 AX(AI Transformation)를 통한 조직의 재설계에 대해 논의해 보자고 했다.
그렇게 발표를 했지만.. 이후로도 계속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문제가 정말 AX 때문인가? AI시식 전날밤에야 진짜 문제를 알게 됐다. 진짜 이유는 회사 방향성의 모호함이었다. 방향성이 모호하니 솔루션도 모호해서 자꾸 생각이 바뀌는 것이었다. 그럼 회사의 방향성이 모호한 이유는 무엇일까를 되물어보니.
병목의 시작은 리더였다. 바로 대표인 나 때문이다.
문제는 AX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회사의 방향성이 탄탄하지 않은 것이었다.
2. 국내와 글로벌의 선택지
"나는 세계정복이 꿈입니다"

창업 전부터 지금까지 나는 주구장창 글로벌을 외쳤다. 하지만 올해 시장의 시그널은 모두 국내에서 나오고 나 역시 몸과 마음이 국내에 있었다. 현실자각이 되면서, 객관적으로 국내와 글로벌의 상황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올 4월 초까지 클라이원트는 국내와 글로벌 2개 팀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 가지고 있는 재료들은 극과 극이었다. 입찰 산업에서 지금 상황의 적절한 예시를 가져온다면, 수주하기 위해서는 Win Theme(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Win theme에는 2가지 재료가 필요하다. 바로 고객의 니즈 + 우리의 강점 이다. 이 Win theme을 그대로 우리 국내/글로벌팀에 적용해 보니 답이 보였다. 국내는 최근 베타 오픈한 서비스에 대한 국내 니즈가 있고, 우리가 2년 넘게 쌓아온 해당 마켓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있었다. 즉, 국내는 Win theme의 재료가 둘 다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은 고객 니즈가 있다는 실험 결과도 없었으며, 우리의 강점이라고 할만한 것이 솔직히 1도 없었다. 팩트만 놓고 보면 결정은 매우 쉬워야 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이유는 창업가의 콜도 있었지만 지금 안 하고 나중에 글로벌에 간다고 성공한 기업이 있나? 오히려 AI 때문에 혼란스럽고 다이내믹한 지금이 유일한 기회 일수도 있지 아니한가? 하는 수많은 질문들이 나에게 쏟아졌다.
리더의 고집이 아닌 객관적인 상황 판단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나에겐 2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1. 미국 올인 : 한국을 정리하고 창업가만 미국으로 이동 후 사업개발
2. 국내 올인 : 전사 리소스 국내 집중. 26년 BEP 목표
그리고 나의 선택은 2번 국내 올인이었다. 이 글을 보는 분들도 그리고 주변 분들도 그래 현실적인 선택이다. 라고 말하겠지만 이건 나의 가치관의 문제였다. 나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알렉스 퍼거슨경의 말을 믿는다.
그래서 나는 AI 시대의 1인 유니콘 신화는 믿지 않는다. 그건 그냥 매주 로또를 사서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클라이원트는 매우 훌륭한 인재들이 많다. 하지만 국내/글로벌로 나뉘면서 이것저것 잘하려다 보니 리소스도 분산됐고 목표도 흐릿해졌다.
훌륭한 PO가 미국 레딧 글만 보고 돌파구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었고, 출중한 Growth 리드는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지만 몸은 한국에 결과는 미국에서 만들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미션을 수행 중이었다. 그래서 이런 좋은 선수들을 좋은 팀으로 만들어서 이기는 경험을 못 만들어준 팀의 감독인 내가 문제였던 것이다.
3. 이기는 습관
우리 클라이원트는 창업 초기부터 이기는 습관이 배어있었다.

23년 9월 창업하기 전부터 투자를 받아서 OpenAI & Google 주최 대회 수상, 첫 제품의 매출 성장까지. 주위에서도 클라이원트 너무 잘 나가는 거 아니냐고 많은 말들을 들었다. 그리고 제품 출시 7개월, 창업한 지 10개월 만에 Pre-A 투자까지 만들었다. 근데 딱 여기까지였다. 이후 우리는 지는 습관에 익숙해져 갔다. 내가 제일 오래 경험했고 자신했던 싱가포르에서의 사업 개발 실패. 네트워크로 PoC까지는 가능했지만, 그것이 곧 성공까지 만들어주진 못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시도했던 가설과 실험들이 연달아 실패했다.
그 와중에 국내 매출도 정체였다. 물론 숫자로만 따지면 작년 매출이 재작년 매출보다 2배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그 숫자만 보고 성장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숫자 대비 보이지 않는 실패들이 쌓이고 있었다. 이건 팀 사기에 분명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 AI 시식 시간에 위 내용들을 이야기하며, 지는 것도 습관이라고 이제부터 이기는 습관을 들이는 연습을 하자고 했다.
지금 이길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고, 반드시 이겨서 작은 성공을 만들어보자고.
4. 결론
마지막으로 글로벌을 포기했냐고 물어보면 아니다. 난 글로벌을 포기하지 않았다.

순서만 달라졌을 뿐이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도 분명 있다. 국내 집중도 관성이 될 텐데. 관성은 무서운 건데. 그래서 또 하나의 실험을 한다. 전 인력 국내 사업에 집중하지만, 공동창업자인 승도님 혼자 글로벌 실험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Bay는 우리의 상상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누군가 이 관성을 지속적으로 끊는 역할을 해야 했다. 그 역할은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국내 사업과 눈앞에 있는 고객의 문제에 집중하면서 여기서 실마리를 찾아나가려고 한다.
결국, 문제는 AI, AX라는 있어 보이는 말이 아니었다. 회사가 직면한 진짜 문제를 모르고 있던 리더 때문이었다. 축구 감독은 팀전략과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방향대로 팀원들의 창의적 판단과 실행력에 맡긴다. 우리는 올해 상반기에 월드컵에 나가기 전에 국내 축구대회에서 작은 승리를 맛보려 한다. 이 선택이 결국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모르겠지만 책임도 역시 리더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