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마음을 얻는 법을 설명할 수 있는가? | APMP Foundation EP02
APMP가 말하는 고객 관계 관리 시스템(CRM) — KLT, Co-creation, Contact Plan, 그리고 베스트 프랙티스 6가지로 의도된 관계 설계를 배웁니다.
"고객의 마음을 얻는 법을 설명할 수 있나요?"
이 질문을 받으면 많은 한국 영업·제안 담당자들은 비슷하게 답합니다.
"그거 친해지면 되는 거 아냐? 자주 만나고, 점심 사고, 골프 한 번 치고…"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오늘은 APMP가 말하는 고객 관계 관리 시스템(CRM) — 운에 맡기는 사전영업이 아니라 의도된 관계 설계를 다룹니다.
지난 EP01에서 우리는 이기는 제안서의 조건인 Compliance와 Responsiveness를 봤습니다. 그리고 끝에 이런 약속을 드렸죠.
"고객은 결국 마음 가는 회사, 믿을 수 있는 회사를 뽑는다. 평가표는 그 마음에 숫자를 입힐 뿐."
오늘은 그 마음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KLT — 평가표 너머의 결정 메커니즘
먼저 솔직한 질문 하나.
RFP 발행 직전, 고객의 머릿속엔 이미 "뽑고 싶은 회사"가 있습니다. 그게 우리일까요?
만약 아니라면, 우리는 평가표 위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평가표를 쳐다보면서 따라잡으려 하고 있는 겁니다. 이미 늦은 거죠.
APMP가 말하는 결정 메커니즘은 단순합니다. 사람은 결국 마음으로 결정하고, 평가표는 그 결정을 정당화하는 절차일 뿐이에요. 그 마음의 이름이 바로 KLT(Know, Like, Trust)입니다.
Know — 알다 — "그 회사, 들어봤어"
우리의 존재를 인지하는 단계. 산업 행사·세미나·콘텐츠로 자주 보여지는 것.
Like — 마음을 주다 — "그 회사, 괜찮더라"
우리에게 호감을 가지는 단계. 만남이 즐겁고, 인사이트가 있고, 도움이 된다는 인상.
Trust — 믿다 — "그 회사면, 안심이지"
우리에게 의지하는 단계. 약속을 지키고, 일관되며,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신뢰.
세 단계 모두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시스템적으로 만들어야 해요.
2. CRM — 사전영업은 친해지기가 아니다
여기서 한국 분들이 가장 자주 빠지는 함정. 사전영업을 친해지기로 등치시키는 거예요.
부정적인 이미지의 사전영업 (친해지기 모드)
- 자주 만나기 — 점심·저녁·골프
- 산발적 정보 수집
- 우리 회사·솔루션 소개
- 마인드: "친해지면 좋겠지"
- 결과: 인지도 약간 + 운에 맡김
이게 한국에서 흔한 사전영업의 풍경입니다. 솔직히 많이들 경험하셨을 거예요. 그리고 결과는 — 운에 맡겼습니다.
APMP의 CRM (의도된 관계 설계)
- Co-creation — 함께 문제 정의
- 계획·실행·기록·피드백 사이클
- 일관된 메시지를 다채널로
- 마인드: "관계는 매니지하는 것"
- 결과: KLT 시스템 + 의도된 결과
핵심은 한 단어입니다. Co-creation — 공동 목표 설정.
한국 분들은 친해지기까진 잘 갑니다. 그 다음 단계 — 공동 목표 설정까지 가는 회사는 드물어요.
그리고 Co-creation이 잘되면 우리 차별화가 자연스럽게 RFP에 반영됩니다. 이게 바로 "Shaping"입니다. (깊이는 EP03에서 다룹니다.)
3. 한국에서 Co-creation으로 가는 두 가지 길
추상적이라고요? 한국에서 실제로 Co-creation으로 가시는 분들 두 가지 패턴 공유드릴게요.
공통점이 있어요. 둘 다 고객 발주가 아니라 우리가 먼저 가서 만든 자리입니다.
Pattern 1 — 산업 세미나·워크샵 호스트
- 우리 회사 주최 세미나에 잠재 고객 초청
- 산업 트렌드 + 실전 사례 공유 — 영업 멘트 거의 없음
- 워크샵으로 고객의 진짜 고민 듣기
- 결과: 신뢰감 형성 + RFP에 우리 솔루션 색깔 반영
- 적합: 대기업·중견·SI
Pattern 2 — 무상 진단·컨설팅 제공
- 고객 회사에 1-2주 무상 진단·컨설팅 제공
- 진단 결과를 고객과 함께 해석
- 솔루션 방향을 함께 그리기
- 결과: RFP 요구사항 자체에 우리 색깔이 들어감
- 적합: 스타트업·테크·솔루션 영업
친해지기 너머의 만남입니다. 둘 다 우리가 먼저 가치를 주는 자리예요. 자랑하기 전에 도움 먼저 드리는 것. 그게 Co-creation의 시작입니다.
4. Contact Plan — 미팅의 가치는 준비에서 80% 결정된다
KLT를 만들려면 만남이 있어야 합니다. 근데 한국 분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
"좋게 헤어졌으니 됐다."
그건 결과 측정이 아니라 자기위안이에요.
만남의 가치는 사실 준비에서 80%가 결정됩니다. 3단계 사이클로 가시면 됩니다.
Prepare (준비)
무엇을·누가·어떻게 말할지 미리 결정. 시나리오·핵심 메시지·자료를 준비.
Rehearse (리허설)
팀과 사전 리허설. 고객 예상 질문 시뮬레이션. 역할극으로 호흡 맞추기.
Document & Follow up (기록과 팔로업)
미팅 결과 즉시 기록. 정보를 다른 만남과 비교. 패턴 분석. 액션 아이템 즉시 배정. 미팅 후 24시간 안에 첫 팔로업.
"인상이 좋았다," "분위기가 좋았다" — 이건 측정이 아닙니다. 측정은 우리가 알아낸 것, 고객이 받은 메시지, 다음 액션입니다. 이 셋을 기록할 수 있어야 미팅이 자산이 돼요.
5. Marketing Communications — 같은 메시지, 다양한 채널
Contact Plan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고객은 우리를 여러 채널에서 만나거든요. 메시지가 흔들리면 신뢰도 흔들립니다.
다섯 가지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시면 됩니다.
| 채널 | 활동 |
|---|---|
| LinkedIn / 콘텐츠 | 산업 인사이트 정기 발행 |
| 산업 컨퍼런스 | 발표·부스·네트워킹 |
| 미디어·블로그 | 사례 연구·인터뷰 |
| 고객 미팅 | Elevator speech 일관성 |
| 이메일·뉴스레터 | 정기적 가치 전달 |
채널은 다양해도 메시지는 하나여야 합니다. 한국에선 특히 "이 회사 자주 보이네"라는 인상이 결정적이거든요.
6. 한국 RFP 사이클 — 게임은 RFP 발행 전에 끝나있다
한국에서 RFP 발행은 사실 "끝"이지 "시작"이 아닙니다. 그 훨씬 전부터 게임은 진행 중이에요.
T-0 (RFP 발행 시점)에 떨어지면 Cone of Silence입니다. 접촉 금지. 우리 손이 묶이는 거죠. 그래서 RFP 시점에서 역산합니다.
| 시점 | 단계 | 활동 |
|---|---|---|
| T-12 ~ T-6m | Discovery | 산업 행사·세미나, 첫 인사 미팅 |
| T-6 ~ T-3m | Engagement | 핵심 의사결정자 미팅, 인사이트 공유 |
| T-3 ~ T-1m | Co-creation ★ | 솔루션 워크샵, 진단·컨설팅 제공 |
| T-1m | Final Shape | RFP 초안 분석, 마지막 영향 시도 |
| T-0 | 🔒 Cone of Silence | RFP 발행 — 접촉 금지 |
| T+ | Evaluation | 평가 진행, 선정 발표 |
핵심은 T-3 ~ T-1개월의 Co-creation 구간입니다. 여기가 실질적으로 게임이 결정되는 시기예요. Co-creation은 RFP 발행 훨씬 전에 끝나야 합니다. Cone of Silence 떨어지면 우리 손 묶이거든요.
그래서 영업 사이클은 RFP 시점 기준으로 역산해서 6-12개월 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베스트 프랙티스 6가지 — 고객의 마음을 얻는 사람들의 습관
마지막으로 강의 정리. APMP에서 강조하는 고객의 마음을 얻는 방법 6가지입니다.
| # | 원칙 | 한 줄 처방 |
|---|---|---|
| 01 | RFP 전부터 시작하라 | Cone of Silence 전에 끝내야 한다. Shaping의 기회는 여기서만. |
| 02 | Contact Plan을 만들어라 | 누구를·언제·왜·어떻게 만날지 — 6하 원칙으로 설계. |
| 03 | 미팅을 전략적으로 운영하라 | Prepare → Rehearse → Document → Follow up. 80%는 준비에서. |
| 04 |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하라 | Win 전략 + Elevator speech를 다채널 통합 운영. |
| 05 | 결과를 측정·기록하라 | "인상이 좋았다"가 아니라 — 알아낸 것·전달한 것·다음 액션. |
| 06 | 고객 중심으로 늘 사고하라 | 친해지기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관계. 자랑보다 가치 먼저. |
자,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볼까요?
"나는 고객의 마음을 얻는 법을 설명할 수 있는가?"
네, 이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 그리고 다음 편 예고
오늘 다룬 건 KLT, CRM, Contact Plan, 베스트 프랙티스 6가지입니다.
이 정도면 "고객의 마음을 얻는 법" 설명할 수 있으실 거예요.
근데 솔직히, 이게 다일까요? 아닙니다.
고객 관계는 만들었어요. 그러면 다음 질문이 남죠.
"어떤 기회에 우리 모든 걸 던지고, 어떻게 따낼 것인가?"
다음 질문은 이겁니다. 나는 "프로답게 사전영업 하는 법"을 설명할 수 있는가?
캡처 전략, EP03 — Developing an Opportunity/Capture Strategy에서 풀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