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서 입찰까지, 아시아를 넘어 미국으로

메타버스에서 입찰까지, 아시아를 넘어 미국으로

안녕하세요, 클라이원트 대표 조준호입니다.

지난달,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APMP(입찰 전문가 협회) 행사에서 미국 청중을 대상으로 제 이야기를 직접 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입찰’이라는 낯설고 복잡한 산업에 어떻게 첫발을 내디뎠는지, 그리고 한국, 일본, 싱가포르, 중국, 홍콩을 거쳐 왜 지금 이 시점에 미국 시장에 도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여정을 공유했는데요.

강연 영상도 함께 공개되지만, 오늘은 그 핵심 내용을 블로그를 통해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 미국 입찰 출장기의 모든 것 – 클라이원트 입찰 컨퍼런스

APMP 미국 입찰협회 강연 (풀영상)


🎮 메타버스에서 시작된 이야기

15년 전, 저는 메타버스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Second Life라는 가상 세계 안에 삼성, IBM, 그리고 강남구청까지— 3D 가상 도시를 구현했죠.

그 열기는 한국보다 오히려 미국에서 더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돈이 안 됐습니다.

“기술은 있는데, 왜 사업은 안 되는 걸까? 수익을 내려면 도대체 뭘 해야 하지?”

그 질문의 끝에서, 뜻밖의 해답을 찾았습니다. 바로, ‘입찰’이었습니다.

🧭 첫 입찰: 한국 ‘타임스퀘어’ 쇼핑몰

서울의 대형 쇼핑몰 ‘타임스퀘어’에서 3D 길찾기 키오스크 개발 입찰이 열렸습니다.

메타버스 출신이던 우리는 3D에 누구보다 익숙했고, 경쟁사들은 여전히 평면 UI에 머물러 있었죠.

결과는? 첫 입찰, 첫 수주 성공. 한국 최초의 3D 키오스크였습니다.

🇯🇵 일본으로의 확장… 그리고 쓰나미

이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일본 최대 쇼핑몰 그룹인 이온(AEON)의 관계자가 직접 한국을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도쿄, 오사카, 나고야까지 서비스를 확장하며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고, 모든 프로젝트가 갑작스레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때 확신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 아시아에서 가장 투명한 입찰 시장, 싱가포르

그다음 목적지는 싱가포르였습니다.

  • 영어 사용: 언어 장벽이 없었고,
  • 글로벌 스탠다드: 공정하고 예측 가능했으며,
  • 시장 규모는 600억 달러 이상,
  • 아시아에서 가장 투명한 입찰 시스템을 갖춘 나라였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 5년간 50건 이상 수주
  • 쇼핑몰 키오스크 분야 시장 점유율 95%
  • 소프트웨어 누적 매출 2천만 달러 이상
  • 연간 유지보수 매출 100만 달러

싱가포르에서 우리는, “입찰”로 시장을 만든다는 개념을 실전에서 증명했습니다.

💡 싱가포르 시장에서 통했던 3가지 전략

  1. 탑티어 고객부터 공략
  2. 현지 파트너와의 컨소시엄 구성
  3. 빠르고 끈질긴 사후관리

이 전략을 바탕으로, 우리는 싱가포르의 핵심 고객들을 차례로 확보했습니다:

  • 창이 공항7년 연속 세계 1위 공항
  • 캐피탈랜드아시아 전역 77개 쇼핑몰 운영
  • Far East Organization 싱가포르 최대 부동산 그룹

✈️ 창이공항 ‘소셜트리’: 실패에서 탄생한 랜드마크

첫 입찰에서는 졌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제안의 깊이에 감동한 고객은 오히려 더 큰 프로젝트를 제안해왔습니다.

그것이 바로, 창이공항 T1의 ‘소셜트리’ 미디어 조형물이었습니다.

출시 이후,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 싱가포르 여행 시 꼭 가봐야 할 명소 2위 선정
  • 항공사 기내 신문 1면 커버 스토리
  • 고객은 VP로 승진

그때 우리는 고작 5명뿐인 한국 팀이었고, 같은 방에 모여 자고, 하루 24시간 공항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만큼 간절했고, 그만큼 해냈습니다.

🏢 캐피탈랜드: 현장을 걸으며 통찰을 얻다

저는 단순히 RFP(입찰 제안 요청서)만 보고 기획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쇼핑몰 현장을 돌며, 깨진 디스플레이와 작동하지 않는 키오스크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관찰했습니다.

그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흩어져 있던 기기들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운영 시스템’을 역제안했고, 이는 입찰에서 승리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되었습니다.

또한 쇼핑몰 내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게임형 콘텐츠를 도입해, 방문객의 몰입도와 만족도를 동시에 높였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계약: Far East Organization

그때는 현지 파트너도, 싱가포르 법인도 없었습니다. 영어도 거의 못 하던 시절이었죠.

영어 발표는 아내가 써준 원고를 통째로 외워서 무대에 섰습니다. 그리고 프레젠테이션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죠.

“저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누구보다 간절히 원합니다. 단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계약이 성사된 후, 고객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아무 연줄도 없이 이곳에 혼자 와서 발표했죠. 나이도 어리고, 회사도 작았지만… 당신 그 자체가, 내가 계약을 맺은 이유였습니다.”

🇨🇳 중국과 🇭🇰 홍콩: 외부 변수로 멈춘 확장

그렇게 하나의 기회가 또 다른 기회를 불러왔습니다. 싱가포르에서의 성공 사례를 본 중국의 대형 쇼핑몰에서 먼저 협업을 제안해 왔습니다.

중국에서는 연이어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빠르게 사업을 확장해 나갔지만, 곧 두 가지 큰 벽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 빠른 모방: 우리의 ‘소셜트리’를 불과 몇 주 만에 모방한 제품이 등장했고,
  • 정치적 갈등: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외교 긴장으로 인해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이 제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한국 기업 대상 전면 차단이 본격화됐습니다.

홍콩에서는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우리의 솔루션이 큰 주목을 받았지만, 곧 이어진 우산혁명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계약이 전면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 15년째 RFP를 손으로 출력하던 나, 왜 다시 시작했나

십수 년이 지났지만, 전 세계의 입찰 방식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 RFP 파일을 출력해가며 내용을 이해하고,
  • 형광펜으로 요구사항을 하나하나 표시하고,
  • PPT로 제안서를 직접 작성하고…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아직도 이렇게 해야 하지? 아무도 바꾸지 않는다면, 그럼 내가 바꿔보자."

🤖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클라이원트 “입찰을, 더 간편하게.”

저는 기존 회사를 나와 AI 입찰 스타트업 클라이원트를 창업했습니다.

우리의 미션은 단 하나.

"Make RFP Simple. No More Paperwork."

우리가 하는 일은 명확합니다:

  • 미국, 싱가포르, 한국의 입찰 RFP를 통합 검색하고 분석합니다.
  • 과거 입찰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 회사에 적합한 잠재 고객사를 찾아냅니다.
  • 또한, 위협이 될 경쟁사를 분석하고 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컨소시엄 파트너를 물색하거나, 사전 영업 활동을 지원합니다.

이제,

  • OpenAI가 선정한 아시아 3대 AI 스타트업
  • 3명으로 시작한 팀은 18명으로 성장
  • 그리고 지금, 우리는 미국 입찰 시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오늘, 다시 ‘처음처럼’

지금, 저는 미국의 입찰 전문가들 앞에 서 있습니다. 미국 RFP를 이제 막 처음 다뤄봤고— 내일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저는 또 한 번 도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7월 2일, 역삼역 GS타워에서 지난 한 달간의 미국 출장 경험과 해외 입찰 시장에서 얻은 실질적인 노하우, 그리고 인사이트를 공유드립니다. 제가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입찰로 극복한 사례를 모두 솔직하게 공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