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 2주차 회고 (맨땅의 헤딩과 귀인의 만남)

미국 출장 2주차 회고 (맨땅의 헤딩과 귀인의 만남)

미국향 제품 다시 갈아엎기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난주 APMP 행사에서 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저희는 미국향 제품을 다시 빠르게 기획해야 했고, 버지니아에 도착한 주말 내내 준호님, 예련님, 그리고 제가 하루 종일 위워크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작은 희망의 실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앞선 블로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미국에서는 AI 기반 입찰 분석 솔루션이 거의 매달 새롭게 출시되고 있습니다. Y Combinator를 포함한 유명 VC들 역시 매년 4~5개씩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죠.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사실상 큰 차별점이 없고, 마치 “누가 되든 하나쯤은 성공하겠지”라는 분위기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한 인상도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렇다면 과연 클라이원트가 미국에서 경쟁력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미 Responsive, Loopio 같은 유니콘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Deltek은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초대형 기업으로서 12개 이상의 제품군과 1만 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반면, 클라이원트는 이제 막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기반을 다져가는 중이고, 미국 시장에서는 조심스럽게 존재감을 키우는 초기 단계였습니다.

미국형 클라이원트 제품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 클라이원트, 실전 입찰 컨퍼런스 2025

글로벌 입찰 최전선에서 돌아온 클라이원트 팀의 미국 출장기와 실전 인사이트를 듣고 싶다면? 얼리버드 마감 전에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 일시: 7월 2일(화)
💰 가격: 얼리버드 30,000원
📍 장소: 역삼 GS타워 (약 300명 규모)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인사이트는 스타트업부터 유니콘 기업들까지 대부분이 입찰 공고 탐색(Opportunity Finding)과 제안서 작성(Proposal Writing) 단계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한국과 싱가포르에서도 저희가 당연하게 집중해왔던 영역이었고, 저희 역시 이 외의 단계를 별다르게 고민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미국의 유명 전략 컨설턴트와의 미팅에서 전혀 다른 시야를 얻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무려 80% 이상의 입찰이 RFP가 게시되기 전에 이미 방향이 결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대형 기회는 사전 영업만을 위해 최대 12명 규모의 팀이 3년 전부터 준비한다고도 하더군요. 물론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의 경우 전담 팀 없이 개별 담당자가 사전영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RFP가 나오기 전에 미리 움직이는 것이 업계에선 상식이자 필수였습니다. 다만, 이 작업은 단순히 ‘관계성’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명확히 영업과 마케팅 활동에 가까웠습니다.

기업들은 자사 제품과 역량을 콘텐츠화해 링크드인, 콜드 메일, 컨퍼런스 네트워킹 등을 통해 공공기관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담당자와의 관계를 형성하며 RFP 조건을 유리하게 설계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공고 지역을 특정 주로 한정하거나, 최저가 대신 품질 중심 평가 기준을 반영하도록 제안하는 식입니다. 이 과정엔 Capture 팀, Business Development 팀뿐 아니라 Proposal Manager들도 RFP 작성 단계부터 관여한다고 합니다.

미국 연방조달규정(FAR)에 따르면, RFP가 발행된 이후에는 발주기관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엄격히 불법입니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서 신뢰를 쌓는 소통이 더욱 강조되며, 공공기관 또한 익숙한 공급자와의 협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사전 영업을 진행했더라도 시장에 더 우수한 제품이 있어 영업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클라이원트는 미국 시장에서의 접근을 조금 다르게 설계했습니다. 기존의 RFP 응답 중심 툴에 더해, Pre-RFP Capture Tool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정의하고, RFP가 게시되기 전 입찰 트렌드를 분석하고 사전 영업을 지원하는 솔루션으로 소폭 피봇하게 되었습니다.

Capture Opportunities Before the RFP
Many bid managers say it’s already too late once they find an RFP. That’s why capture managers work ahead of time—building relationships with agencies to shape RFPs so they favor our capabilities. On large deals this “influence” phase can take years, yet no one questions the importance

Pre-RFP Capture Tool을 소개하는 클라이원트 영문 블로그

APMP 역시 입찰의 출발점은 시장 분석(Market Identification) 고객사 탐색(Account Planning)라고 명확히 짚고 있습니다. 저희 역시 이 단계를 놓치면, 이후 제안서 작성 등의 기능 확장도 효과적일 수 없다고 판단했고, 덕분에 빠르게 MVP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이 MVP를 바탕으로 미국 현지 고객들과 직접 만나며, 제품이 실제 입찰 업무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검증 중입니다.

입찰 프로세스의 순서를 나타낸 표 (출처: APMP)

관련하여 저희가 준비한 영문 블로그도 있으니 참고해주시고요. 간단히 설명드리면, 입찰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진 역량과 고객의 니즈가 일치하는 영역 중, 경쟁자가 없는 Sweet Spot을 찾는 일"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공공기관의 수가 너무 많고, 경쟁사 현황은 불투명하며, 자사 역량조차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죠. 대부분은 데이터 기반이 아닌 경험과 감에 의존해 타겟을 설정합니다. 이로 인해 신규 사업 확장이 어려워지고, 사전영업 기반이 없다면 입찰 수주율은 10%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컨설턴트의 조언이었습니다.

입찰은 Sweet Spot을 찾는 일입니다. (출처: APMP)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클라이원트는 미국 시장을 위한 제품을 조금씩 보강해가고 있습니다. 고객 가설을 검증하고, 더 많은 기업과의 접점을 만들어가면서 말이죠.

APMP에서 만난 뜻밖의 인연

조금은 개인적인 이야기인데요. APMP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시던 Mike라는 분과 인연이 되어, 감사하게도 그의 집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Soy와 Gluten 알러지가 있으셔서 H Mart에서 스시, 김, 바나나 우유를 사들고 갔죠.

동서양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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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드링크는 스파클링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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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둘씩 와인을 오픈하는 중

그 자리는 단순한 저녁 식사를 넘어, 프로페셔널 네트워크의 힘을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던 중, Mike는 '왜 왔는지 부담 없이 보여달라'며 자연스럽게 데모를 요청했고, 곧바로 본인의 노트북을 꺼내 14명의 관계자에게 저희를 소개하는 메일을 직접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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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 중이신 예련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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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 중이신 예련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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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레퍼럴 메일을 보내신 Mike

그리고 음악, 여행, 영화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자연스럽게 다시 비즈니스로 돌아오며 전혀 부담스럽지 않지만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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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가수 iink와 댄서 Junho님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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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소개하는 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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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y’라는 미국 카툰을 통해 하나 된 예련님께 사인 포스터를 선물하는 Jen(와이프)

또 하나의 소중한 인연도 있었습니다. APMP 회원이자, 38년간 총 11조 원 이상의 수주 실적을 보유한 Bob을 만날 수 있었고, 직접 그의 집을 방문해 함께 APMP Korea 회원들을 위한 웨비나도 진행했습니다. 웨비나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감사의 뜻으로 점심 식사를 대접해드리며 나눈 대화 속에서 정말 많은 정보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유튜브 영상으로도 남겼고, 블로그에도 정리해보았습니다.

🇺🇸 38년 경력! 미국 연방 정부 입찰 전문가와의 인사이트 웨비나
미국 버지니아에서 무려 11조 원 이상($8.89B)의 연방 정부 계약을 수주한 APMP 회원 Dr. Bob Frey와 함께, 저희의 첫 미국 웨비나를 진행하였습니다. 6권이 넘는 저서와 수많은 인터뷰, 신문 칼럼, 강연 활동으로 잘 알려진 Dr. Frey와의 대화는 그 자체로 큰 인사이트의 연속이었습니다. 1시간이 넘는 깊이 있는 소통을 영상으로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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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웨비나 영상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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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이라는 인사 멘트를 준비한 Bob

그리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 😋

APMP 행사에서 만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저희는, ‘미국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하나, 사람을 무조건 많이 만나자! 그래서 늘 가던 위워크가 아닌, 다른 지점 위워크를 하나씩 방문하며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네트워킹을 시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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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핑퐁 외교다. (그리고 우린 졌음)

그렇게 만난 분 중에는 공공입찰에 이제 막 참여하려고 하면서 컨설팅 업체를 찾고 있는 분도 계셔서 자연스럽게 데모 시연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탁구를 핑계로 대화를 이어가며 가족 중에 입찰 경험이 있는 분을 소개받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의 경쟁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분을 만나 다른 회사의 현황까지 들을 수 있었죠. 겉으로 보면 맨땅에 헤딩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저희에겐 분명한 전략이었습니다.

옆자리 사람 붙잡고 열심히 데모 중

전반전 종료, 후반전 시작

이제 2주차가 지나며 한 달짜리 출장의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처음엔 길다고 생각했던 일정이 절반이 지나가고 나니,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사이 저희는 제품 방향을 미국 시장에 맞춰 재설계하고, 다양한 고객과 직접 관계를 쌓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 여정이 헛되지 않도록, 후반전에는 더 날카롭게, 더 진심으로 달려보려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후반전의 이야기를 들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워싱턴 D.C.의 아름다운 풍경과 출장 중의 소소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함께 공유드립니다. (클라이원트 미국 팀은 일요일에 반나절 휴식을 취하지만, 쉴 때는 확실히 쉽니다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클라이원트, 실전 입찰 컨퍼런스 2025

📅 일시: 7월 2일(화)
💰 가격: 얼리버드 30,000원
📍 장소: 역삼 GS타워 (약 300명 규모)

글로벌 입찰 최전선에서 돌아온 클라이원트 팀의 미국 출장기와 실전 인사이트를 듣고 싶다면? 얼리버드 마감 전에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 연사 라인업:

  • 김용기 – 총 43조 원 규모 수주, 87% 수주 성공률, 실무 교육 1,000회 이상
  • 조준호 – OpenAI 협업 스타트업 대표, 15년간 입찰 실무 경험
  • 홍미선 – 대기업 제안서 및 발표 실무 총괄
  • 류재언 – 실전 협상 전문가, 로펌 기업 전담팀 파트너 변호사
  • Mitsuhiro Seto – SAP 일본 법인 입찰 디지털 전환 리드
  • 이금룡 – 삼성물산 임원, 옥션·KG이니시스 대표, 도전과나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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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강변의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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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그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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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이 숙소 바로 근처라, 마치 CNN 뉴스 속에 사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