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 3주 차 회고 (미국 진출 쉽지 않다...)

미국 출장 3주 차 회고 (미국 진출 쉽지 않다...)
준호 대표님께서 평소 글쓰기를 무척 좋아하시는데, 요즘 제가 계속 쓰다 보니 글 쓸 기회가 줄어들어 살짝 시원섭섭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라는 마음으로, 이번 주도 출장기를 남겨봅니다! 😊

미국 공공 입찰이 부러운 이유

워싱턴 D.C. 한복판에서 AI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그 스폰서들이 팔란티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록히드마틴, ARM, 테슬라 등, 내로라하는 테크 기업들이었습니다. 이런 행사가 집 근처에서 열리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규모도 매우 컸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미국 정치권 중심에서 열리는 행사답게 중국과의 경쟁이 주요 주제로 떠올랐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만, 우크라이나 등의 대사들이 직접 연사로 참여해 세션을 열었고, 일본·핀란드·이스라엘의 공무원들도 부스와 발표자로 활발히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국 공무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점은 다소 아쉬웠지만, 한국이 미국의 핵심 우방국이라는 점에서 저희처럼 미국 정부 입찰 시장에 진출하려는 입장에서는 한국 출신이라는 점이 때로는 강점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입찰 구조에서는 한국, 일본, 영국 같은 국가의 기업들이 미국 현지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정부 입찰에 참여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이 경우, 미국 기업과 협력하는 것과 동등한 자격을 인정받습니다. 반면 인도, 중국, 베트남 등의 국가는 보안과 관련된 이유로 입찰 참여 자체가 제한되거나, 부품·소프트웨어 사용에도 엄격한 제약이 따릅니다.

또한 많은 기업이 자사의 기술이 미국의 국익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어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제2본사를 워싱턴 인근에 두고 있으며, 이는 정부 기관 및 입찰 기업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 GovCloud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내 서버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미국 시민권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구글 또한 ‘American Innovation’을 전면에 내세우며 공공 부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고, 지하철 광고에도 Salesforce, Microsoft 등의 공공기관 대상 메시지가 매우 많았습니다. 팔란티어는 말할 것도 없이 국방부 소속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모두 D.C.에 오피스를 두고 정부와 긴밀하게 로비를 벌이고 있었으며, 삼성·현대·한화 같은 한국 기업들도 그 근처에서 활동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OpenAI도 최근에 D.C. 사무실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데요. 우연히 채용 공고를 보았는데, 특히 미국 국방부(DoD, DHS)와 정보기관(Intelligence Community — CIA, FBI, NSA 등)과의 긴밀한 협업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AI는 국가 안보와 직결될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에, 정부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도 이해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단순히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때로는 기업이 미국 정부를 대변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물론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공공 입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처럼 민간과 정부가 거의 한 팀처럼 움직이는 국가는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 정부는 세계적인 기업들과 손잡고 혁신을 주도하고, 기업들은 국가 단위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자본과 영향력을 키워나갑니다.

이러한 공공–민간 간의 선순환 구조야말로 미국이라는 국가의 저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은 나라 자체가 스타트업이다”

미국은 국가 자체가 스타트업처럼 매우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민간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입니다. 심지어 외국 기업들조차 미국 정부와 함께 일하길 원한다는 점에서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더 많은 혁신 기업과 스타트업들과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는 모습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컨퍼런스 현장에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인사이트를 주고받을 수 있었고, 이후에는 링크드인을 통해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한편, 요즘 미국에서는 재택근무가 일반화되었지만, 어떤 분은 오히려 이런 시대일수록 오프라인에서 맺는 관계가 더욱 소중해졌다고 이야기하시더군요.


미국에서도, 실력보다 중요한 건 ‘관계’다

지난 한 주를 캘린더를 보며 돌아보니, 하루에 거의 4분씩 미팅을 하며 부지런히 사람들을 만났던 것 같습니다. 그분들과 나눈 더 구체적이고 생생한 인사이트들은 7월 2일 열리는 클라이원트 컨퍼런스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번에도 꼭 참석하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아시아는 관계, 미국은 실력”이라는 공식은 잘못된 오해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미국이 더 관계를 중시하는 사회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관계’란 뇌물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공무원도 결국 사람이다 보니, 믿을 수 있는 파트너와 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서나 RFP가 더 유리하게 구성되는 경우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20년 경력의 입찰 담당자는 “민간보다 오히려 공공 입찰이 더 관계 중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시아든 미국이든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신뢰가 사업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관계를 데이터로 바꾸는 마법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이러한 관계들이 대부분 ‘개인기’에 의존해 구축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대기업조차 핵심 인재 한 명이 퇴사하면, 그 사람이 보유한 네트워크가 고스란히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회사 입장에서 신규 입사자가 어느 기관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쌓아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우며, 그만큼 비효율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Customers → Competitors → Analysis의 단계별 흐름을 따라 관계를 주도적으로 형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솔루션을 만들어야겠다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관계 기반의 사전 영업 방식을 어디까지 디지털화할 수 있을지는 부딪혀 보며 배워가야 할 부분입니다. 대기업은 기존 관행 때문에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에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소기업은 사전 영업보다는 당장 눈앞의 입찰 대응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주목하고 있는 고객층은 Capture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제 막 정식으로 팀을 키우기 시작한 중소/중견 규모의 기업입니다. 이런 분들과는 대화가 잘 통하고,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대도 확실히 느껴집니다.


결국 우리도, 하나씩 관계를 시작해갑니다

고객사들이 입찰을 수주하기 위해 경쟁사를 분석하고 관계를 쌓는 것처럼, 저희 역시 미국 입찰 생태계 속에서 어떤 기업이 우리의 고객사가 될 수 있을지, 경쟁사는 어떤 마케팅이나 제품 전략으로 시장에 어필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업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는 누구인지 등을 파악해 나가는 단계에 있습니다.

어쨌든, 사업이라는 게 결국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7월 2일 컨퍼런스를 주최할 즈음에는, 더 구체적인 성과와 인사이트를 자신 있게 보여드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다음 주에 마지막 출장기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